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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평] 메가프로젝트, 전북을 또 하나의 '자원식민지'로 만들 것인가


전북의 물과 전기와 땅을 내주고 무엇을 남기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전북의 시선이 단순한 소외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가 그 축이다.

전북에도 공장을 달라, 데이터센터를 달라, 대기업을 유치해 달라는 요구만으로는 메가프로젝트가 만들어낼 지역 간 새로운 불균형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거대한 산업을 움직일 전기는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 물은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 송전선로와 발전시설은 어느 지역에 들어설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는 어디에 남을 것인가.

이 질문을 따라가면 전북이 메가프로젝트의 수혜지가 아니라 수도권과 대기업의 성장을 위한 전력·물·토지 공급기지로 편입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보인다.

전북의 전기는 이미 '수출품'이 되어 있다

한국전력의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2~2036)을 보면 답이 나온다.
새만금에서 태안화력·영흥화력으로 이어지는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이 추진된다. 여기에 신정읍~새만금~신서산, 새만금~청양, 군산~북천안, 북천안~신기흥으로 이어지는 345kV 대규모 송전선로까지 잇따른다. 사업 목적은 정부와 한전 스스로 밝힌 대로 '호남권 원전·재생에너지 계통연계'다.

전북과 호남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전북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송전망으로 수도권에 보내는 구조를 국가 계획이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은 이 방향을 더 분명히 한다. 이 연구원은 수도권에 전력소비가 집중된 반면 공급은 비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송전망 건설과 입지 갈등, 송전손실의 원인으로 지적해 왔으며, 재생에너지 시설 역시 호남·영남·강원 등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2038년 기준 잉여 무탄소 발전 여력은 호남이 47.1GW로 전국에서 가장 크다.

쉽게 말해 국가의 전력 설계에서 전북과 호남은 '소비지'가 아니라 '수출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단순한 전선의 문제가 아니다. 발전시설과 변전소, 송전선로가 위치하는 지역은 토지 이용과 경관, 주민 수용성의 부담을 감당한다. 반면 전기를 대량 소비하는 산업과 본사, 연구개발, 고임금 일자리가 다른 지역에 남는다면 생산지역은 환경적 비용을 부담하면서 부가가치는 충분히 얻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심지어 그 전선은 '동의 없이' 놓이고 있다

정부는 2025년 말 초고압 송전선로와 변전소 99개 사업을 국가전력망사업으로 지정해 인허가 특례를 적용했다. 국가가 필요하다고 정하면 지역의 동의 절차가 크게 약해지는 구조다.

현장의 반응은 이미 나왔다.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금산 관통 송전선로 건설을 두고 금산군 주민들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한전을 상대로 법정에 나섰고, 곡성에서는 입지선정위원회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반발이 일었다. 충남에서는 송전망 건설 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자체 차원으로 확산됐다.

'수도권을 위해 지역이 희생한다'는 구조 비판이 이미 전국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전북이 이 흐름의 공급 원천지라는 점이 문제다.

전력망의 현실도 심각하다. 전력거래소가 육지에서 실시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2023년 2회에 불과했지만 2025년 들어 급격히 잦아졌고 한 달에 열두 차례를 넘긴 달도 있었다. 2026년에도 전력망 제약을 사유로 한 출력제어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만들어도 실어 나르지 못하고 지역에서 소비하지도 못하는 전기가 이미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260TWh, 그런데 그 수요는 아직 '발표'에 불과하다

메가프로젝트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운 새로운 전력수요를 예고한다.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제4·5차 정책토론회에서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메가프로젝트에 추가로 필요한 전력을 약 38.4GW, 연간 약 260TWh로 추정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약 121TWh, 반도체산업이 약 140TWh다. 2025년 국내 전체 발전량 596TWh의 4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해도 예상 발전량은 약 150TWh에 그친다. 메가프로젝트의 추가 수요가 그보다 훨씬 크다. 결국 부족분은 원전 수명연장과 LNG 발전으로 메울 수밖에 없고, 실제로 수명을 다하는 원전 9기의 연장 운전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정부의 2040년 최대전력 전망치는 지난 4월 초안보다 불과 넉 달 만에 27GW가량 올라갔다. 원전 19기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수요 예측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발표된 투자 계획을 뒤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투자 계획 자체가 검증된 것이 아니다.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NEXT(사단법인 넥스트)가 9월에 낸 보고서는 정부와 기업이 발표한 국내 AI 데이터센터 계획을 합치면 2035년 약 20GW에 이르지만, 핵심 고객 계약이 체결됐거나 국가 AI컴퓨팅센터, 기업 내부 수요처럼 실수요처가 확인된 사업은 2035년 약 2.5GW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전체 계획의 12% 수준이다.

20GW를 전제로 발전소와 송전선로, 변전소, 용수시설부터 건설했는데 실제 수요가 훨씬 적다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기업이 투자계획을 변경하거나 철수해도 이미 들어선 송전선과 용수관, 훼손된 토지와 환경은 사라지지 않는다. NEXT가 데이터센터의 실수요를 먼저 검증하고 수요의 구체성에 따라 송전망 같은 공공 기반시설 지원 범위를 정하라고 지적한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전기 다음은 물이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뿐 아니라 물을 사용한다.
한국환경정책학회지 「환경정책과행정」에 실린 국가녹색기술연구소·한국환경연구원 연구진의 논문은 2023년 국내 데이터센터의 직·간접 물 소비량을 약 870만 톤으로 추산했다. 직접 소비가 약 470만 톤, 발전 과정의 간접 소비가 약 400만 톤이다. 연구진은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을 냉각수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물-에너지 넥서스 관점에서 냉각·전력·저탄소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에는 그린수소 산업까지 계획돼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산업이다. 전기에 이어 물이 또 하나의 핵심 원료가 된다.

전례도 있다. K-water는 새만금 개발과 군산산업단지 활성화로 공업용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군산정수장의 공급능력(하루 13만㎥)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노후 관로를 개량해 하루 17만㎥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새만금산업단지에는 별도의 공업용수도(하루 3.2만㎥)까지 건설됐다.

지금까지의 수요로도 이 정도다. 데이터센터와 수소, 첨단 제조업이 동시에 확대되면 전북의 물 문제를 개별 기업의 용수공급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 농업용수, 생활용수, 산업용수,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물을 모두 포함한 전체 물수지부터 계산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새로운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도 따져야 한다.

환경의 비용은 지역이, 탄소의 책임은 나라가

기후 관점에서 보면 부담은 더 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의 분석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 LNG 발전이 확대될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전북은 이중의 부담을 짊어진다. 송전설비와 발전시설의 입지 부담에 더해, 그 산업이 만들어낸 탄소 배출의 환경적 비용까지 지역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지역분산'이라는 말의 허상

정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수도권의 송전망 제약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수도권 밖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호남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기존 발전원을 활용할 수 있는 유력한 입지로 평가된다.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진정한 지역분산으로 이어질 것인지다.
서버만 전북에 들어오고 본사·연구개발·고부가가치 일자리는 수도권에 남는다면, 그것은 분산이 아니라 비용만 분산된 것이다. 전북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전북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역균형발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

그래서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전북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하나 달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히려 물어야 한다. 전북의 햇빛과 바람으로 만든 전기는 어디에서 소비되는가. 전북의 땅에 들어서는 태양광·풍력·변전소·송전선의 부담은 누가 감당하는가. 주민의 동의 없이 국가전력망사업으로 지정되는 절차를 전북은 받아들일 것인가.

전북의 물을 데이터센터와 수소산업이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 그 물이 농업과 생태, 주민의 몫보다 우선할 근거는 무엇인가. 그 대가로 연구개발, 본사 기능, 고부가가치 산업과 일자리는 전북에 얼마나 남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전북의 자원을 사용해 만들어진 이익 가운데 얼마가 전북 주민에게 돌아오는가.

우리가 말하는 '자원식민지'의 위험은 여기에 있다. 전북에서 물과 전기와 땅을 제공하고 환경적 부담까지 감수하지만, 산업의 의사결정권과 기술, 자본, 고부가가치가 외부에 남는 구조라면 그것은 이름만 지역균형발전일 뿐이다.

전북에 발전소 몇 개와 데이터센터 몇 곳을 배치했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원의 생산지역과 부가가치의 귀속지역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전북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전북의 산업과 주민이 우선 활용할 수 있는 구조, 대규모 산업의 물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을 공개하는 제도, 송전망과 발전시설의 부담에 상응하는 지역 이익공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시설의 실수요를 먼저 검증한 뒤 공공 인프라를 지원하는 순서,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지역에 남는 산업구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그 장치가 없다면 메가프로젝트가 말하는 '지역균형발전'은 다른 모습의 수도권 집중으로 변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역의 사람과 자본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앞으로는 여기에 전기와 물까지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을 향해 이동하는 구조가 더해질 수 있다.

전북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송전탑도, 더 많은 발전시설도 아니다. 전북의 자원을 전북의 미래로 바꿀 수 있는 권리와 구조다.

메가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기준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전북에 무엇을 몇 개 배치했느냐가 아니라, 전북의 물과 전기와 땅을 얼마나 사용하고 그 대가로 만들어진 가치가 전북에 얼마나 남느냐를 따져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메가프로젝트라면 전북은 첨단산업의 주체가 아니라 그 산업을 떠받치는 새로운 자원 공급지로 남을 위험이 있다.


근거 자료

-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2~2036): 새만금~태안화력~영흥화력 500kV HVDC, 신정읍~새만금#2~신서산, 새만금#2~청양#2, 군산~북천안, 북천안~신기흥 345kV 송전망, '호남권 원전·재생에너지 계통연계' 목적

-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제4·5차 정책토론회(2026.8.20, 국회의원회관):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 발표 — 추가 전력 38.4GW, 연간 260TWh(AI 데이터센터 121TWh·반도체 140TWh), 2025년 총발전량 596TWh의 43.6%, 재생에너지 100GW 달성 시 예상 발전량 약 150TWh

- 2040년 최대전력 전망치 4개월 만에 27GW 상향(원전 19기 상당), 원전 9기 수명연장 검토(2026.8.20 보도)

- NEXT(사단법인 넥스트) 보고서 '냉정과 열정 사이: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불확실성에 대하여'(2026.9.2): 국내 AI 데이터센터 계획 2035년 약 20GW, 실수요 확인 2.5GW(전체의 12% 수준)

- 한국환경정책학회지 「환경정책과행정」 34권 2호(2026.6.30): 안대한(국가녹색기술연구소), 황보은·한혜진(한국환경연구원) — 2023년 데이터센터 직·간접 물 소비량 8.7백만 톤(직접 4.7, 간접 4.0), WUE_source 1.39톤/MWh

- K-water 보도자료: 새만금·군산산단 공업용수 급증으로 군산정수장 공급능력(13만㎥/일) 초과, 관로 개량으로 17만㎥/일 추가 공급 / 새만금산업단지 공업용수도 3.2천㎥/일

- 전력거래소 육지 출력제어: 2023년 2회 → 2025년 급증(한 달 12회 초과) → 2026년 지속(3.19, 4.12, 7.12 등), 사유 전력망 제약·수급불안정

- 국가전력망사업 지정: 초고압 송전선로·변전소 99개 사업, 인허가 특례(2025년 말)

- 금산 송전선로 주민 소송, 곡성 입지선정 절차 논란, 충남 반발(2025.11 보도)

- 에너지경제연구원: 2038년 잉여 무탄소 발전 여력 호남 47.1GW, 데이터센터 적지 호남·영남·강원

- 그린피스·화석연료전환반대연대: 메가프로젝트 전력 공급 시 LNG 확대로 NDC 미달 전망(202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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