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재명 대통령의 "이주노동자 '송금 탓'으론 농촌 인력난 못 푼다"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정작 그 일손을 채워온 이주노동자의 기여를 낮춰 평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그 이유로 “전부 다 송금해버리니까”라고 말했다. 내국인의 농촌 취업을 장려하자는 취지였더라도, 송금을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낮게 평가한 인식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발언에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노동자는 임금을 소비하기에 앞서 생산에 참여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농산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노동은 농가의 소득과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임금의 일부를 해외로 송금했다고 해서 그 노동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나 농가가 얻은 소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소비액만으로 기여도를 판단하면 생산 과정에서 이들이 수행한 역할을 놓치게 된다.
‘전부 다 송금한다’는 표현도 외국인의 실제 소득 사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국가데이터처와 법무부의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의 소득 대비 국내외 송금 비중은 25.5%였다. 생활비와 주거비를 합한 비중은 49.2%였다. 비전문취업(E-9) 자격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송금 비중은 56.5%로 더 높았지만, 이들 역시 생활비와 주거비 등으로 소득의 일부를 지출했다. 해당 통계의 송금액에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로 보낸 돈도 포함돼 있다.
물론 이 통계를 농촌 계절노동자의 지출 실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체류자격과 업종에 따라 소득과 소비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도 발언의 대상과 근거를 분명히 했어야 한다. 처지가 다른 사람들을 한데 묶어 임금을 모두 본국으로 보낸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책 논의 자리에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송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며, 노동자는 그 돈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본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낸다는 이유로 경제적 기여를 낮게 평가한다면, 이주노동자는 임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까지 국적에 따른 평가를 받게 된다. 정당하게 번 임금을 가족에게 보내는 일은 노동자의 선택으로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후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비교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교하려는 취지였더라도, 송금 여부를 근거로 이주노동자의 기여를 낮게 평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내국인 고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내국인 고용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기여를 낮춰 평가할 이유는 없다.
내국인의 농촌 취업을 늘리기 위한 임금 지원은 정책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필요한 예산과 고용 효과, 농가의 부담, 지원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 판단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농촌 일자리를 선택할 만한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임금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을 문제 삼는다고 해서 이러한 조건이 나아지거나 내국인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가족 지원 문제에서도 당사자의 현실을 충분히 살피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주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평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측면만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다문화가족 우대제도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역차별 지적을 살펴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제도의 적절성을 점검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다만 제도가 마련된 배경과 지원 대상의 현실, 실제 효과를 먼저 살펴야 한다. 지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당한 혜택이라고 판단하면, 지원이 필요한 이유와 당사자의 생활 여건을 놓칠 수 있다.
형평성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언어 능력과 정보 접근성, 소득과 생활 여건에 따라 실제 기회는 달라질 수 있다. 제도를 개편하려면 이러한 격차가 어느 정도이며, 기존 지원이 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 없이 ‘역차별’을 앞세우면, 부족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지원받는 이웃을 향한 반감으로 번져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이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농촌의 일손 부족을 논의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송금을 탓하면, 일자리의 조건보다 외국인 노동자의 행동이 문제의 원인으로 부각된다. 지원정책을 논의하면서 특혜 여부부터 제기하면, 제도의 설계와 운영보다 지원 대상이 먼저 의심받는다. 복잡한 사회문제의 책임이 특정 집단에 돌아가지 않도록 대통령의 언어는 더욱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농촌 인력난과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이주노동자의 해외송금을 탓하는 것으로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이 국내에서 만들어내는 가치를 인정하고, 현장의 노동조건과 고용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