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논평] 서·논술형 평가, 찬반을 넘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최근 교육계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 대입제도를 논의하면서,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과 함께 서·논술형 문항 도입 가능성도 함께 언급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채점의 공정성 문제, 사교육 확산, 교사 업무 부담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2033학년도나 이후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미래 교육이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논리적 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앞으로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이를 준비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도입 여부’라는 단순한 찬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어떤 방식으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교사의 업무 부담과 사교육 확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완화할지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수업도 바뀌기 어렵다
수업과 평가의 변화는 서로 분리해서 바라보기 어렵다. 무엇을 가르칠지에 변화가 생기면,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하는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수행평가와 서·논술형 평가가 여러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단순한 지식의 암기보다는 학생의 사고 과정, 문제 해결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논술형 평가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평가 방식이 아니다. 또 그 의미가 단순하게 긴 답안을 쓰게 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이 답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개념을 이해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다시 학습과 피드백으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둔다.
하지만 서·논술형 답안을 받아 점수만 매긴다면 이런 교육적 의미는 크게 줄어든다. 교실 현실을 보면 학급당 학생 수나 교사의 업무량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논술형 문항만 늘린다면, 자칫 또 하나의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 확대는 단순히 시험 문항의 형식을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질문 중심의 수업, 개념 이해, 첨삭과 피드백, 그리고 교사의 평가 부담까지 전체적으로 함께 변화해야 하며,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와 내신 절대평가는 함께 논의해야 한다
현재 고등학교 내신 제도는 완전한 절대평가 체제라고 보기 어렵다. 2025학년도부터 기존의 9등급제가 5등급제로 개편되었지만, 대부분의 과목에서는 여전히 성취도와 석차등급을 동시에 산출하고 있다.
학생의 사고 과정과 성취기준 도달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서술형 및 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평가 결과가 결국 미세한 점수 차이에 따라 석차등급을 결정하는 데 활용된다면, 애초에 평가가 추구하는 목적과 상충할 수 있다.
서·논술형 평가의 핵심 가치는 학생이 다른 학생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따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각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에 얼마만큼 도달했는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의 장점인 첨삭과 피드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교 내신 평가가 장기적으로는 상대평가 요소를 줄이고, 성취기준에 근거한 절대평가 체제로 점차 전환될 필요가 있다.
평가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점수와 등급만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학생 각자가 어떤 내용을 이해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학습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학교 평가와 수능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학교에서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을 곧바로 수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교 내신과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동시에 치르는 수능은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특히 수능은 대학 입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부담 평가이므로, 채점자 간의 일치도, 채점 기간, 이의 신청 및 재채점 과정, 지역·계층별 형평성, 장애학생의 응시 환경까지 모든 부분에 대해 국가적 책임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능에서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는 학교 내부 평가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신뢰도와 타당성 검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수능에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부터 모든 문항을 장문의 논술형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현재의 선다형 및 단답형 평가를 기반으로, 짧은 서술형 문제나 자료 해석형, 논증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서술형 평가 모형을 점진적으로 개발·도입할 수 있다. 실제 도입에 앞서 국가 단위 모의평가 및 다양한 실험을 수년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채점자 간의 일치도, 문항 신뢰도, 학생 집단별 유·불리, 사교육 영향, 채점 소요 시간과 비용 등 실질적 쟁점도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결국 수능에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포함할지 여부와 그 비율은 이러한 실증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진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AI 단독채점이 아니라 인간-AI 협업채점을 연구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연어 답안을 분석하고 평가 기준에 따라 분류하거나 피드백하는 기술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기술이 인간 채점자를 즉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특히, 수능과 같은 고부담 평가에서는 AI가 기록한 점수를 곧바로 최종 점수로 활용하는 데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과목별, 문항 유형별로 인간 채점과 AI 채점의 일치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편향이나 일관성, 그리고 판단 근거의 설명 가능성 역시 충분히 검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방향은 'AI 단독채점'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하는 협업 채점' 체계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를 1차적으로 채점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 뒤, 복수의 인간 채점자가 답안을 검토하고, 인간과 AI 혹은 인간 채점자 간 점수 차이가 일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제3의 채점자가 다시 평가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수 있다.
또한, 무작위 표본의 재채점, 집단별 채점 편향 검증, 채점 이력 관리, 수험생 이의제기 및 재심 절차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채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033년이 되면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정도로 발전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다양한 문항과 채점 방식에 관한 실증 연구를 꾸준히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래 기술 수준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연구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 ‘줄 세우는 평가’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평가체제 전반을 재고할 필요성을 일으키는 중요한 변화다. 2033학년도 수능 응시생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이들의 출생연도인 2014년에는 약 43만 5천 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2016년에는 출생아 수가 약 40만 6천 명으로 떨어졌고, 2017년에 35만 8천 명, 2018년에 32만 7천 명, 2019년에는 30만 3천 명까지 줄었다. 불과 5년 만에 한 세대 규모가 40만 명대 중반에서 30만 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지방의 농촌, 산촌, 어촌 등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더욱 빠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학생 수가 적을수록 상대평가 방식의 한계가 두드러질 수 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의 경우, 한 학년에 몇 명이 재학하는지에 따라 내신 등급 산출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 같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더라도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 같은 학년에 학생이 몇 명 있는지에 따라 내신 등급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현 구조가 과연 합리적인지도 재점검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을 더 세분화해 줄 세우는 방식보다,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실제로 어느 정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의 역할도 재논의가 필요하다.
수능이 앞으로도 대학 선발을 위한 미세한 변별 도구로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대학에서 필요한 기본 학업역량을 검증하는 국가시험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장기적으로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과 일정 수준의 학업역량을 확인하는 국가시험으로서의 역할 확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수능의 변별력만 낮추고 대학별 평가가 강화된다면 또 다른 사교육 수요가 커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수능 개편 논의는 내신 절대평가 확대, 대입전형 단순화, 대학서열 완화,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 등 대입 제도 전반의 변화와 함께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교육 문제는 찬반의 근거가 아니라 검증의 대상이어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대해 사교육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절대평가 도입과 수능의 역할 변화가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어느 쪽 전망도 확실하게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객관식, 상대평가 체제에서도 이미 막대한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객관식 평가는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고, 서·논술형 평가만 사교육을 확대한다는 식의 단순한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서·논술형 평가만으로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신중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고난도 논술이나 복잡한 답안 작성 기술을 요구할 경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궁극적으로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평가인가’가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개념을 활용해 자료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평가를 설계해야 하며, 평가 예시와 채점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서·논술형 평가의 연구 단계부터 지역 및 소득에 따른 사교육 참여 변화와 학생의 부담 정도를 정책의 주요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만약 실제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확인될 경우, 문항 유형과 평가 방식을 즉각 조정할 수 있는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북지역공동 교육위원회의 7대 제안
전북지역공동 교육위원회는 서·논술형 평가를 둘러싼 논의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서·논술형 평가를 둘러싼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수업-평가-피드백을 연결하는 평가혁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서·논술형 문항의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 중심 수업, 개념 기반 학습, 첨삭과 피드백이 가능한 학교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고교 내신의 상대평가 요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성취기준 중심의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가 학생을 더욱 세밀하게 줄 세우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셋째, 수능 서·논술형 문항의 도입 비율을 먼저 정하지 말고 충분한 실증연구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단문 서술형, 자료해석형, 논증형 등 단계적인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국가수준 평가와 모의평가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넷째, AI 채점 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 연구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AI를 최종 채점자로 삼기보다 인간 채점을 지원하고 오류와 편향을 교차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인간-AI 협업채점 체계를 연구해야 한다.
다섯째, 수능 서·논술형 채점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독립적인 검증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채점자 간 일치도뿐 아니라 지역, 성별, 사회경제적 배경, 장애 여부 등에 따라 평가 결과에 체계적인 차이가 발생하는지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여섯째, 내신 절대평가와 수능의 역할 변화를 대입제도 전체의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수능의 변별력만 낮추고 대학별 평가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대입전형 단순화와 대학서열 완화,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 등과 연계한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일곱째,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할 수 있는 평가’를 평가혁신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가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드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사교육 의존을 높이는 평가방식이 확인된다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시기상조’와 ‘졸속’ 사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북지역공동 교육위원회는 현재 수능을 대규모 서·논술형 시험으로 즉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평가가 2033학년도 또는 그 이후 우리 교육에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충분한 시간 동안 연구와 실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교육정책은 ‘아직 이르다’는 이유로 논의를 미루다가, 시행을 앞두고서야 급하게 제도를 도입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다 보면, 결국에는 시행 직전에 졸속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다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2033학년도 대학 입시는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해당 제도의 영향을 받을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 제도를 서둘러 바꾸기보다, 지금부터 방향성을 제시하고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서·논술형 평가가 미래 교육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교사의 평가 부담도 분산시켜야 하며, 사교육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현재의 선다형 중심 평가 방식을 앞으로도 계속 고수해야 한다는 결론 역시 타당하지 않다.
선다형 평가는 효율성과 채점의 객관성이라는 뚜렷한 강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쳤는지, 자신의 판단을 어떤 근거로 논증하는지, 배운 개념을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논쟁을 ‘객관식이냐, 서·논술형이냐’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그리고 학생들이 그것을 제대로 학습했는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평가혁신 논의는 바로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033년의 교육을 2032년에 준비해서는 안 된다.
전북지역공동 교육위원회는 서·논술형 평가의 도입을 서두르자는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 교육에 필요한 방향이라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실험하며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지금 준비를 미루면, 결국에는 ‘졸속’이라는 비판이 돌아올 수 있다. 찬반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사고력·문제해결력·의사소통 능력 등 미래 핵심 역량을 실제로 키울 수 있는 평가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공동체가 실행 가능한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금 서·논술형 평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전북교육청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서술형·논술형 평가와 수업·평가 혁신은 국가 차원의 대입제도 개편을 기다릴 일만은 아니다. 전북교육청 역시 학교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평가 모델을 지금부터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첫째, 전북만의 서술형·논술형 평가 운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희망 학교와 교사를 중심으로 단문 서술형, 자료 해석형, 논증형 평가를 실제 수업에 적용해보고, 학생의 학습 효과와 채점 신뢰도, 교사의 업무 부담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교과별 문항과 채점 기준, 학생 답안 사례 등도 함께 개발해 학교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평가 혁신의 부담이 교사에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 출제·공동 채점 및 교과 협의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평가 업무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서술형·논술형 평가 확대가 교사들의 채점과 첨삭 업무만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셋째,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채점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AI가 교사의 채점과 피드백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대학, 연구기관, 현장 교사와 함께 실증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다만, AI가 학생 성적을 단독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며, 개인정보 보호와 AI 편향 문제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넷째, 평가의 형평성과 사교육 영향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장애 학생 등이 평가 방식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꼼꼼히 살피고, 지역·계층 간 사교육 증가 여부도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다섯째, 연구 결과와 평가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예시 문항과 채점 기준, 피드백 방식뿐 아니라 학생의 학습 효과, 교사의 업무량 변화, 채점 신뢰도, 사교육 영향 등의 결과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정책 확대 또는 수정에 반영해야 한다. 전북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2033학년도 대입 제도가 확정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무리한 선행 도입이 아니라, 학교 현장과 협력해 지금부터 연구하고 실험하며 차근차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33년의 교육을 2032년에 준비해서는 늦는다’는 원칙은 전북교육청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2026년 8월 24일
전북지역공동 교육위원회